요즘 여행을 계획할 때 예쁜 풍경이나 유명한 맛집만 찾는 건 옛말입니다. 내가 감명 깊게 본 영화나 드라마 속 장소를 실제로 가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고 있습니다. 이렇게 영화나 콘텐츠 속 배경지가 새로운 관광지로 주목받으면서, 전 세계 관광 트렌드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영화 촬영지를 중심으로 어떻게 세계 각국의 관광 흐름이 바뀌고 있는지, 그리고 왜 이런 변화가 생기게 되었는지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영화 촬영지가 관광지로… 변화의 시작
사실 영화 촬영지가 관광지가 되는 현상은 꽤 오래전부터 있었어요. 하지만 요즘은 그 영향력이 훨씬 더 커졌습니다. 넷플릭스, 디즈니+, 웨이브 같은 OTT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세계 어느 나라에서든 동시에 같은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뉴질랜드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나오면서 전 세계 팬들의 판타지 여행지로 자리 잡았습니다. 영화 속 자연 풍경을 실제로 보기 위해 뉴질랜드로 떠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죠. 크로아티아의 두브로브니크도 마찬가지예요.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등장한 이후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 도시 중 하나가 되었고요. 해리포터 시리즈로 유명해진 영국의 옥스퍼드와 에든버러도 매년 수백만 명의 팬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습니다.
한국도 빠질 수 없죠. ‘기생충’, ‘도깨비’, ‘킹덤’ 같은 콘텐츠들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면서, 서울, 전주, 강릉 등의 촬영지가 외국인 팬들에게도 ‘꼭 가봐야 할’ 장소로 떠오르고 있어요. 단순히 예쁘다는 이유가 아니라, 감정을 공유했던 장면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거죠.
콘텐츠 기반 관광, 왜 이렇게 인기를 끌까?
콘텐츠 기반 관광이 인기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감정적인 몰입이 가능하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유명한 관광지에서 인증숏을 남기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던 장면이 찍힌 장소에서 그 순간을 떠올리며 걷는 경험이 훨씬 가슴깊이 남거든요. 그래서 영화 촬영지를 따라가는 여행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서 하나의 감성 체험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또 SNS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인스타그램, 틱톡 같은 플랫폼에 영화 장면을 재현한 사진이나 영상이 공유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영화여행’, ‘촬영지여행’ 같은 해시태그는 꾸준히 검색량이 높고, 일부 촬영지에서는 포토존이나 체험형 콘텐츠를 따로 운영하기도 합니다.
팬덤의 영향력도 큽니다. 단순히 팬이었던 사람들이 스스로 여행을 기획하고, 관련 굿즈나 영상을 만들고, 그 경험을 다시 온라인에 공유하면서 또 다른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콘텐츠 소비 → 팬 여행 → 콘텐츠 생산이라는 순환 구조가 생기면서, 콘텐츠 기반 관광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서 일상적인 여행 문화로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각국의 대응과 관광 산업의 변화
이런 흐름을 읽은 여러 나라들이 콘텐츠 관광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반지의 제왕’ 촬영지를 보호하면서 동시에 관광지로도 잘 활용하고 있고, 영화 속 세트장인 ‘호빗 마을’은 아예 정식 관광 상품으로 개발되어 연간 수십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습니다.
영국도 해리포터 팬들을 위해 킹스크로스역 9와 ¾ 승강장을 실제로 운영하고 있고,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에서는 관련 소품과 촬영 공간을 직접 볼 수 있는 투어를 상설로 운영 중이에요. 이런 사례들은 콘텐츠가 단순히 한 번의 인기를 넘어서, 지속 가능한 관광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우리나라 역시 문화체육관광부를 중심으로 K-콘텐츠와 연계한 관광 상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어요. 예를 들어, ‘기생충’의 계단 장면을 포함한 서울 투어나, ‘도깨비’ 촬영지였던 강릉과 주문진, ‘킹덤’과 연계된 한복 체험 패키지 등 다양한 콘텐츠 연계 관광 코스가 운영되고 있죠. 특히 BTS나 블랙핑크 뮤직비디오 촬영지도 글로벌 팬들에게 인기 명소로 자리 잡고 있고요.
앞으로는 AR·VR 같은 기술도 함께 적용돼서,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영화 속 공간을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 관광도 가능해질 거예요. 팬들은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좋아하는 장면과 연결될 수 있고, 관광지는 그 경험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